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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文學 散策■ 「제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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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20 13:03
 
 
폭설
 
송천동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폭설은 온갖 시시비비를 덮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상처 받은 송천동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은 것이다
폭설은 폭설이 되었다
닫아 걸은 세상의 창문에
다소곳이 엎드린 지붕 위에 함박눈을 퍼붓는 것이다
그리하여 깨끗해진
사람들을 겨울 곰으로 만들었다
송천동에 내리는 폭설은
폭설에 갇혀서
백년쯤 동면하고 싶은 것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뿌리를 베고서
발바닥에 새살이 돋을 때까지 죽은 듯 살아 있는 것이다
 
․ 송천동 :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 정성수의 한 문장 □
 
한때 폭설은 시골마을 산간마을 할 것 없이 동네 사랑방에 섰다판을 벌렸다. 섰다판 한판에 일년 농사진 것을 날리기도 하고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기도 했다. 논문서 밭문서를 잡히고 심지어는 여편내 속고쟁이를 담보하기도 했다. 땅 파는 것 밖에 모르던 순동이를 도시의 공사판으로 떠돌게 했던 비정한 한 그 겨울에도 폭설은 내렸다.
 
폭설 위에 폭설이 쌓이면 우체부도 오지 않았다. 마을의 개도 짖지 않고 산 짐승들로 울지 않았다. 폭설은 사람들 넋을 잃게 하고 적설은 길이란 길을 모두 지워버렸다. 가고 싶어도, 오고 싶어도, 발을 묶고 마음을 시리게 만들었다. 폭설은 처마 끝에 고드름을 내다 걸고 방구석에 처박힌 달수의 턱수염을 자라게 했다. 뒤안 대밭에 사는 참새들을 서럽게 만들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폭설 앞에 다소곳했다. 저녁이 되면 사람 사는 마을 굴뚝에서 연기를 고즈넉이 뽑아 올렸다. 아궁이에 불을 때는 세상의 어머니들의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폭설이었다.
 
폭설에는 경계가 없다. 마을과 마을의 경계는 물론 논과 밭의 경계 심지어는 사람과 사람간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폭설은 모든 것을 평등하게 하고 인간들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두 손을 모으게 한다. 유년의 앞마당에 내린 폭설은 눈사람이 되어 추억 속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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