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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의 성공은 단속이 아니라 행정지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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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21 17:47
 
 
〔편집국장 칼럼〕
 
정부가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사상 첫 대규모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2년에 걸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올해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실시한다. AI와 위성영상, 드론, 각종 행정정보를 활용해 실경작 여부와 불법 농지 이용 실태를 확인하고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책이다.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바로 세우고 농지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좋은 정책일수록 현장의 현실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지금 농촌에서는 농지 전수조사 자체보다 그 이후에 이어질 행정절차를 걱정하는 고령농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에서 현장 조사원은 농지를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하며 실제 경작 여부와 휴경 상태, 불법 이용 여부 등을 조사한다. 농업인과 면담을 하고 조사표를 작성해 의심 사례를 분류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조사원은 어디까지나 현장 사실 확인자다. 행정처분 권한도 없고 행정지원 의무도 없다. 조사 과정에서 농업인의 서류를 대신 작성하거나 행정절차를 안내하는 역할도 맡지 않는다. 조사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보고하는 것이 본래의 임무다. 이후 절차는 행정기관의 몫이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심층조사 여부를 결정하고, 필요하면 소명 요구와 현장 재확인, 행정처분, 원상회복 명령, 농지처분 의무 부과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조사는 조사원이 하지만 처분은 행정기관이 하는 구조다.
 
 
문제는 바로 그 사이에 있다.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논과 밭을 지키는 많은 농업인은 스마트폰보다 호미가 익숙한 세대다. 농업경영체 등록자료와 농지대장, 공익직불금 자료, 농자재 구매내역, 농산물 판매자료를 준비하고 휴경 사유를 입증하는 일은 젊은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행정절차다. 충남 논산에서 5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농사는 평생 지었지만 행정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금 거래가 많은 농촌에서는 영수증을 보관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증빙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제 농사를 지은 사실까지 의심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부재지주들이 전수조사 과정에서 농지법 위반으로 적발될 가능성을 우려해 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거나 자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경작지를 잃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농가는 인증농지와 연접농지 확보가 필수적이어서 다른 농지로 쉽게 옮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면 임대차 계약 전환과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위탁을 유도하고, 계약이 일방적으로 종료된 임차농에게는 농지은행 보유 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친환경 농가에는 농지은행 사업 참여 시 가점을 부여하고, 관심 지역 농지 정보를 문자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 같은 대책은 분명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센터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기존 임대차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고, 같은 마을의 다른 지주들과 맺고 있는 임대차 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농촌에서는 여전히 구두계약이나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행적 임대차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농지 전수조사 체계에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빠져 있다. 조사원은 조사만 하고 행정기관은 처분을 검토하지만,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고령농과 임차농을 지원하는 현장 행정서비스는 충분하지 않다. 조사도 받고, 서류도 준비하고, 소명과 이의신청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은 또 다른 행정 장벽이 되고 있다.
 
정책은 단속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국민이 제도를 이해하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행정이 함께할 때 비로소 정책은 목적을 달성한다. 특히 전국 단위의 농지 전수조사처럼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인 정책일수록 조사와 지원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농촌행정 원스톱 지원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농지 전수조사 안내부터 농업경영체 등록과 변경, 공익직불금 신청, 휴경 사유 소명, 임대차 분쟁 조정, 행정심판과 이의신청까지 한곳에서 지원하는 통합 행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담당 공무원과 행정 전문가가 직접 마을을 찾아가는 '찾아가는 농촌행정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조사원은 사실 확인에 집중하고, 행정전문가는 서류 작성과 소명, 임대차 상담, 농지은행 연계 등을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AI와 드론은 농지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고령농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드론은 임차농의 생계를 지켜주지 못하며, 행정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지도 않는다.
 
농지 전수조사의 성공은 적발 건수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신뢰는 단속이 아니라 지원에서 시작된다. 정부가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농지를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가 아니라, 조사받는 농업인을 어떻게 보호하고 도울 것인가이다. 조사와 단속, 그리고 행정지원과 권리 보호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이번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의 공공성을 회복하면서도 현장의 신뢰를 얻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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