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수 文學 散策■ 「제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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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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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밥상
 
 
전주 한국소리문화전당 앞 백반집
밥상에는
어머니가 그리운 사람들이 둘러 앉아
숟가락 젓가락으로
서로에게 그리움을 떠 먹이고 있다
아버지가 이날 이때까지 마신
깡소주가 잔을 내밀면
얼큰해진 고향마을 집집 굴뚝은
깜밥 타는 냄새를 말아 올린다
불콰해진 얼굴마다
추억이 별처럼 돋아나면
고향을 잊은 사람들은
어머니의 밥상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할 일이다
 
․ 소리마당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전당 앞 백반집
 
 
□ 정성수의 한 문장 □
 
먹을 것이 궁하던 시절, 긴긴 겨울을 이겨 낸 것은 기적이었다. 봄은 자식들의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는 어머니의 계절이었다. 밭두렁에서 캐온 냉이로 멀건 죽을 끓였다. 쑥을 뜯어 개떡을 만들기도 했다. 그것들은 아침밥이 되고 저녁밥이 되었다. 배를 채운 자식들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눈발이 벚꽃처럼 날리던 겨울밤이었다. 윗목에 밥상 하나가 놓여있다. 수저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지고 수수모가지가 그려진 밥상보로 덮여 있었다. 아버지의 밥상이었다. 그 밤에 본 밥상은 하나님이 얼굴이었다. 이제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도 꿈쩍하지 않는 식탁과 번쩍이는 촛대나 화려한 그릇들을 꿈꾸지 않는다. 어머니의 밥상 하나면 족하다. 그것은 밥을 먹기 위한 기능적인 식탁이 아니라 시공간을 넘어 신뢰와 애정을 융합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깨닫기만 해도 어머니의 밥상에 작은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부엌 아궁이에 짚을 밀어 넣을 때 타오르는 불꽃마다 어머니의 기도였다. 밥그릇에 퍼 담는 밥알 하나마다 어머니의 정성이다. 어머니는 입속에 들어가는 것을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며 쉰 밥알도 물에 행궈 드셨다. 고단했던 어머니의 밥상에서 우리 육남매는 도란도란 자랐다. 자식들이 하나, 둘 떠나간 자리에 한 그릇 정화수의 기도는 끝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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