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부른 여·야의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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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2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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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 시선의 窓〕
 
정치에서 지지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집권세력에게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바로미터이고, 여당에는 당내 질서를 유지하는 힘이며, 야당에는 반격의 공간을 넓혀주는 정치적 신호다. 최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분위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이 단순히 여론조사상의 숫자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여권 내부의 긴장과 노선 갈등을 자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러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의원 연찬회를 계기로 내부 결속을 강조하며 정기국회를 앞둔 전열 정비에 나섰다.
 
28일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관련한 이른바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이러한 여권의 정치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은 이날 윤석열 정권 검찰의 조작 기소에 대한 특검을 출범시키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시기는 당 지도부가 협의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사안이지만 여론 등을 고려해 논의를 미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공식 의제로 끌어올린 배경에 정치적 계산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8·17 전당대회를 거쳐 친명계 중심의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민주당의 사법 관련 대응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김민석 대표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잘못된 기소를 재판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공소 취소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조작 기소 특검은 민주당이 향후 이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와 맞물려 있는 정치적 사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특검이 다루려는 ‘잘못된 기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데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회유와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과 법원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북 송금 사건의 경우에도 검찰의 회유 의혹과 관련한 주장들이 제기된 반면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은 서로 엇갈렸고, 대장동 사건 역시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특검 추진이 정치적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어떤 기소가 왜 조작됐다는 것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노선과 운영방식을 둘러싼 공개적인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김 대표가 민생·실용을 중심으로 중도 확장 노선을 강조하자 정 전 대표가 반발했고, 김 대표는 오히려 정책과 노선에 대한 공개 논쟁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인신공격과 허위조작, 악마화가 문제이지 공개적인 정책 논쟁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전날 의원 워크숍에서도 민생·실용 확장 노선이 정부와 당이 선택한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당내 의견 차이를 넘어 민주당이 향후 어떤 지지층을 바라보고 정치를 할 것인가를 둘러싼 노선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어준 씨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를 ‘민주당TV’로 확대 개편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당 밖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진영과 거리를 두고 당이 직접 메시지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대표의 고정 출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결국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여권 내부의 노선 경쟁을 앞당기는 촉매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지율이 안정적일 때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당내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같은 차이가 지도부의 책임론이나 노선 논쟁으로 확대되기 쉽다. 정치에서 숫자가 중요한 이유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노선과 사법 문제를 놓고 논쟁하는 사이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28일 1박2일 의원 연찬회를 마친 국민의힘은 ‘단결’과 ‘대여 투쟁’을 거듭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의원들에게 역량을 모아 국민과의 약속을 결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함께 싸우자고 했고, 정점식 원내대표 역시 단결과 화합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정치적으로 편안한 상황은 아니다. 이진숙 의원의 5·18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 등 당에 부담이 되는 현안이 존재하고, 과거부터 이어져온 계파와 지도부를 둘러싼 갈등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연찬회에서 당이 선택한 메시지는 내부 갈등보다 결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찬회 전날 ‘소수일수록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서로를 증오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은 상징적이다. 정치적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가 분열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당 안팎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경제 살리기 100일 총력전’을 내걸었다. 주거 안정과 경제 성장, 국민 재산 보호, 약자 보호, 국민 안전, 지역 균형발전, 청년의 미래 등 7개 분야에서 133개 주요 입법 과제를 제시하며 대안정당의 모습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야의 모습이 묘하게 대비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법 문제를 둘러싼 특검 추진과 당내 노선 논쟁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고, 국민의힘은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일단 내부 결속을 통해 정기국회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물론 어느 한쪽의 모습만으로 정치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민주당 내부의 공개적인 노선 논쟁이 오히려 정당의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국민의힘의 단합 역시 실질적인 정책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단순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논쟁과 결속이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과 결과로 이어지느냐에 있다.
 
정치권은 이제 9월 정기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집권여당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부담 속에서 내부 노선 갈등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제1야당은 내부 결속을 실제 대안정치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각각의 과제가 됐다.
 
특히 민주당에는 더 어려운 질문이 남아 있다. 대통령의 사법 문제를 둘러싼 특검과 공소 취소 논란이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보다 앞에 서게 된다면, 집권여당으로서의 국정 책임이라는 본질이 가려질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 역시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데만 머문다면 국민이 원하는 대안정당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지지율 하락이 정치권에 던지는 가장 큰 경고는 ‘누가 더 크게 싸우느냐’가 아닐 것이다. 국민은 여야의 내부 갈등이나 단합 자체보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이 노선 논쟁을 시작했다면 그 논쟁의 끝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단합을 선택했다면 그 단합의 결과 역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9월 정기 국회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지율은 정치의 현재를 보여주는 숫자지만, 국민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치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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